로컬에서 커리어를 설계하는 법: 정태랑 대표의 창업 스토리와 조언

로컬에서 커리어를 설계하는 법: 정태랑 대표의 창업 스토리와 조언
Photo by Austin Distel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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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레디로버스트머신 정태랑 대표님 | 2024.11.14
이번 글에서는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성장시켜 나가고 있는 선배 기업가의 이야기를 통해 로컬에서 나만의 커리어를 설계하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제시합니다
부산에 사는 30대 직장인인 나는 매년 연말마다 고민한다. 이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할까? 아니면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야 할까? 커리어에 자리 잡지 못하는 것 같다는 불안감은 한 해의 끝자락마다 내 마음을 파도처럼 흔들어 놓는다.

내년에도 이 길이 맞을까? 아니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할까? 설렘보다는 막막함이 앞서는 이 시기에,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해본 누군가의 이야기가 큰 위로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오늘은 이직과 창업의 기로에서 '지역에서의 창업'을 선택해, 부산에서 유일하게 2024년 글로벌 팁스(TIPS) 선정기업으로 성장한 레디로버스트머신의 정태랑 대표님과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흔들리지 않는 나침반을 가지고 지역에서 나만의 일을 찾는 방법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이 글이 방황하는 당신에게 작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 레디로버스트머신은 건설기계, 굴착기, 농기계 등의 유압 시스템 동작에서 에너지를 회수하여 연료비를 20~30% 절약하고 탄소배출량을 감소시키는 '스마트 에너지 회수 시스템' 솔루션을 만드는 부산 대표 ESG 선도기업이다. 정태랑 대표님은 올해 5월 대한민국 엔지니어상을 수상한 엔지니어로서 세상에 없던 기술로 현존하는 모든 중장비에 에너지 효율 개선 솔루션을 제공하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 https://readi.co.kr/ )

직장인에서 창업가로


글로벌 대기업인 볼보사에서 연구원으로서 인정받던 정태랑 대표님은 돌연 창업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어떻게 갑자기 엔지니어에서 대표를 하게 된 것일까, 두렵지는 않았을까, 이렇게 성공적인 성장을 하는 기업의 대표님의 처음은 어땠을까.. 궁금해서 직접 화상으로 여쭤보았습니다.

소영: 2022년에 설립을 하실 때, 프라이머 배치에 참가를 하신건가요?

태랑: 네, 맞아요. 처음에는 프라이머 스텔스 창업 멘토링, 오피스 아워에 지원했어요. 배치 전 기수인데요, 그게 1년에 두번을 해요. 2021년 10월 즈음 제가 퇴사하기 전에, 창업에 대한 욕구가 있었는데 그 프로그램 자체가 저처럼 직장인들 대상으로 창업의 열망이 있는 사람들을 멘토링해주시는 행사라 거기에서 1시간의 미팅 기회를 잡았어요. 그것도 경쟁률이 높았는데, 합격을 해서 1시간의 일대일 멘토링 시간에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님과 면담을 하고 나서 이후 정식 기수인 배치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정식 배치 때 퇴사해서 시드머니 5천만원을 받고 시작했죠.

** 프라이머(Primer)는 국내 초기 스타트업의 투자 및 멘토링을 하는 대표적인 액셀러레이터로, 주요 투자 기업은 마이리얼트립,스타일쉐어, 데일리호텔 등이 있다. 스텔스 창업 멘토링의 경우 연 2회 정도 진행되며 2024년 하반기 7기까지 진행된 인기 프로그램이다. 직장인 예비창업자들에게 멘토파트너와의 1:1 멘토링, 실제 창업으로 이어졌을 때 후속 멘토링과 엔젤투자(최대 1.5억원) 기회가 있다. ( https://www.primer.kr/ )

소영: 그전에 직장인으로 한 10년 정도 볼보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계셨는데 갑자기 이제 창업을 해야겠다 생각하신 계기가 특별히 있으세요?

태랑: 그렇죠. 제가 연구소에서 이제 10년을 딱 만근을 하고, 그 당시에 제가 개발하던 기술분야로 상도 받고, 많은 인정을 받고 있을 때였습니다. 볼보그룹 기술상, 볼보그룹 특허상을 받고, 또 볼보그룹 스페셜리스트라고, 그룹 전체에서 어떤 분야의 전문가를 한 60명 정도를 관리하는 스페셜리스트 명단에도 지명이 될만큼요. 기술자로, 또 연구원으로 많은 경험과 인정을 받고 있었어요. 그래서 다음 커리어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죠. 이직을 할지, 창업을 할지 두가지를 고민하다가 그 시점에 우리 셋째가 태어나면서 이직보다는 창업을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를 발전시키고, 내 에너지를 다 쏟으려면 창업하는 게 맞겠다 싶어서 아내에게 상담을 했죠. 이제 와이프가 저한테 이야기 했던게 '자신이 있으면 투자를 한번 받아와봐라. 월급이 끊어지면 안되니까.' 그래서 스텔스 창업 멘토링에 지원하게 된 거에요. 거기서 상담하면서 내가 가진 기술을 굉장히 관심있게 봐주시는구나 느꼈고, 이제 퇴사를 하고 정식적으로 프라이머 배치 20기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022년 1월달에 시드머니 5천만원을 받아 퇴사를 했어요. 그리고 법인을 설립하고 그다음에 그해 3월달에 바로 팁스에 합격을 했어요. 2개월간 준비해서 추가로 더 지원을 받은 거죠. 프라이머의 재투자와 시드투자를 받아서 최종적으로 1억원 투자금에 팁스 5억원 이렇게 해서 2022년도에 시작을 했어요.

2022년 3월에 팁스가 되고 나서 제가 생각하는 프로토 장비를 마련하고 보니 후속 투자를 받아야 생존이 가능하겠더라구요. 우리는 소프트웨어만 하는 회사가 아니니까, 공장도 있어야 되고, 또 하드웨어도 어쨌든 만들어야 되니까 돈이 많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했고 그래서 바로 투자 유치에 들어갔어요. 그래서 그 해 9월달에 프리A 투자를 받았습니다. 20억 정도를 받았죠.

소영: 그러면 배치 프로그램을 하실 때부터 어느 정도 투자 계획이나 사업 모델을 완성하신 상태에서 시작을 하신건가요?

태랑: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그냥 이제 기술과 어떤.. 프로덕트 컨셉, 이런 컨셉으로 될거다, 이것만 있었고 사업의 어떤 계획이나 이런건 구체적으로 빌딩은 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무식해서 가능한 거였어요. 그러니까 몰라서. 잘 모르니까 이제 일을 벌인거죠. 이제 그러다가 수습하면서 많이 배우는 거죠.

혼자라고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

소영: 처음에 초기 창업자가 걱정하는게 물론 투자(자금 확보)도 있지만 조직 구성하는 게 고민이잖아요. 그러니까 제 주변 예비 창업자 분 사례를 보면 동업을 해야 되나 이런 고민들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구성원은 어떤 식으로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태랑: 처음에 저 혼자 있다가, 이전에 같은 회사에서 일하던 한 두명이 순서대로 합류를 했었어요. 이후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각자의 길로 갔습니다. 창업 초창기에 많은 도움이 필요하긴 한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혼자서 맨땅에 그냥 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해요. 그 당시 저를 생각해보면 혼자서 사업하는 외로움이 두려웠던 것 같고 그래서 동료들에게 많은 의지를 했었죠. 근데 혼자라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단지 좀 외로울 뿐인데 그것을 잘, 그 시기를 극복하고 본인의 의지를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기하게 본인이 의지가 있으면 또 사람들은 모이더라고요.사람이 어떻게 모일까 걱정하고 이러는 것보다 뛰어다니면서, 만나면서 이렇게 조직 구성을 갖추면 한 명, 두 명 모이는 것 같아요. 또 저는 제가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가르쳐서 키우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팀을 재정비하고 그런 과정을 많이 겪었어요.

지금 있는 자리에서부터 최선을 다하면 가능성이 생겨요

소영: 어떻게 보면, 원천 기술이라고 해야 되나요? 창업 이전 10년 간 그런 거를 되게 갈고 닦으셨던 것 같은데.

태랑: 네, 맞아요. 정말 열심히 했어요. 정말로.

소영: 그러면 최초에 로봇공학이나 이런 전공들을 하실 때 엔지니어로서의 삶을 꿈꾸셔서 그런 커리어를 설계하고, 나름의, 직장생활에서 어떤 커리어 하이를 찍겠다, 이런 커리어 목표 같은게 초기에 있으셨을까요?

태랑: 없어요. 학부를 기계공학과를 간거는 이제 좀 수능을 제가 원하는 만큼 못쳐가지고. 먹고 살아야겠다 해서 갔었죠. 그러다가 직장에 들어가고 나서 가정이 생기고, 결혼을 하니까 잡생각이 사라지고 내가 이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결혼을 일찍 했거든요, 27살에 했으니까. 그래서 가족이 생기니까 제가 업무에 진짜 집중을 했던 것 같아요. 열심히 일을 했고,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다보니 기술자로서 내 가능성을 찾았고, 그런 케이스에요.

내가 되야겠다 뭐 표적을 딱 정하고 이렇게 간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저는 기본적으로 나한테 주어진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 정말 최선을 다하자! 항상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룹에서 열심히 일을 하다보니 인정을 받게 되었고, 인정을 받다 보니까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학사로 연구소에 운 좋게 들어갔었는데 퇴사할 때는 박사학위를 받고 나왔죠. 직장 다니면서 학위를 다 마쳤어요.

매일의 노력, 창업이라는 불꽃의 인화점

소영: 직장을 다니면서, 그렇게 학업을 또 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은데 정말 열심히 일하셨었나봐요.

태랑: 그렇죠. 열심히, 보통 사람들 상상못할만큼 열심히 했어요. 논문 쓰면서 밤을 샌 적도 많고, 그래서 부산대학교 박사학위도 제가 빨리 끝낸 편이고, 일하는 업계에서 가장 권위 높은 곳에 투고를 해서 게재도 되고 했었습니다.

소영: 그 기관이 어디인가요?

태랑: 오토메이션 컨스트럭션 저널이라고 건설기계 분야에서는 전 세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채널이에요. 거기 투고 해서 제 논문이 이제 제가 1저자로 게재도 되어있고, 또 그때 당시에 제가 볼보 그룹에서 기술상을 받고 스웨덴에 링셰핑 대학하고 기술 관련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는데 거기 이제 피터 크로스 교수님이랑 우리 부산대학교 지도 교수님하고 협의가 잘 되어서 같이 논문을 쓰고 그래서 학술적으로도 굉장히 인정을 받고 그 즈음 퇴사를 했어요.

 ** Automation in Construction 저널은 1992년부터 발간되고 있는 오랜 역사를 가진 저널로 최신 영향력 지수 9.6(2023기준), 꾸준히 영향력 지수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해당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플랫폼이라고 한다

그때 분위기는 뭔가 운명적으로 퇴사해야 되는 분위기 같았어요. 그러니까 제가 노력하던 모든 것들이 이제 성취되고 마무리 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창업가는 약간, '아, 이건 다음 길은 창업 밖에 없다'는 운명적인 그런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는 것 같은데요, 제게는 그때가 그랬습니다.

근데 그런게 시작되는 출발점, 플래시 포인트가 내공을 쌓는 시간 동안, 매일매일 열심히 살았던 그게 이제 자양분이 됐던 것 같아요.

저는 되게 어떤 스펙을 쌓고 시작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밑바닥부터. 그냥 열심히 살다보니까.. 대신 꿈은 항상 꿨어요. 그러니까 오늘 하루 열심히 살지만 다음에는 내가 이만큼 또 성장해야지, 성장해야지. 뭐 이런 욕구는 있었어요.

꿈은 꾸되 발은 땅에 단단히 붙이고 시작하라

소영: 성장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고, 꿈은 품고 있지만, 현실에 충실하는 그런 태도 말이죠?

태랑: 네,네. 현실은, 현실은 정~말 충실했어요. 그러니까 꿈만 가지고 열심히 안하는 사람들 많은데 그렇진 않았어요. 매일매일 '어떻게 하면 지금 하는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했었고. 가족이 또 많으니까 '어떻게 하면 좀 더 우리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까' 그러러면 내가 더 능력이 올라야 되니까. (동기부여 측면에서) 가족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소영: 열심히 사시면서, 또 맨땅에 부딪히면서 어려움이 굉장히 많으셨을 텐데, 그런 예상치 못한 도전이나 난관에 부딪혔을때 제일 먼저 하시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나요? 어떤 식으로 해결을 위한 접근을 하시나요?

태랑: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철학이 있으면 좀 안흔들리는 것 같아요. 저는 제가 하는 이 유압식 에너지 회수 기술이, 진짜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져서 혜택을 보게 하고 싶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제가 태어났다고 지금은 믿고 있습니다. 이제 이 일은 나밖에 못한다라는 그런 책임감도 있고, 그런게 이제 좀 저를 흔들리지 않게끔 잡아주는 것 같아요 물론 이제 또 회사가 더 커지면 달라질 수도 있겠죠, 그런데 현재는 그런 철학을 가지고 열심히 이끌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영: 이전에 인터뷰 해주셨던 거 보니까 시장을 크게 애프터마켓(차량 출고 후 시장), 비포마켓(차량 출고 전 시장), 소프트웨어 이렇게 보고 계시던데 지금 좀 집중하고 계신 부분이 어느 시장인가요?

태랑: 애프터마켓이죠. 애프터마켓하려고 먼저 태어났으니까. 나머지 비포마켓하고 소프트웨어 시장은 이 사업을 하면서 번지게 된 방향이에요.

애프터마켓에서의 장점은 뭐냐 하면, 진짜 필요한 유저를 만나니까. 제가 대기업에 있을 때는 장비를 쓰는 엔드 유저를 만나본 적이 잘 없었습니다. 10년 동안 시스템 안에 속해있었으니까요. 창업을 해보니 고객의 이야기를 면전에서 듣거든요. 그래서 애프터 마켓이 저희 생존에 정말 중요하다고 보고 있어요.

물론 이제 매출이 나고 설득하는 과정이 정말 어려워요, (애프터마켓의) 고객들은. 하지만 결국은 그 사람들의 사업과 비즈니스를 돕는 형태로 우리가 커가고 있으니까. 거기서 나온 가지들이 이제 비포 마켓의 가능성도 높고 소프트웨어도 있고, 이렇게 하다보니 열리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내가 여기 비포마켓, 소프트웨어로 가겠다 이런 생각은 한번도 안해봤어요.

마찬가지에요. '어, 열심히 하다보니 대기업이 연결이 되네.', 열심히 하다보니 누가 소프트웨어도 좀 해달라하네, 이런식으로 된 거죠. 그게 뭐, 제 성향이에요. 어떤 대표님들은 안그럴 거에요. 또 다를 거에요.

나다운 일, 정말 중요한 본질에 집중하기

소영: 사업이 확장되다 보면은.. 이제 좀 주변에 휘둘리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고 보는데, 확장을 해나가면서도 내가 원하는 비전의 사업으로 이렇게 딱 중심을 지킬 수 있는 건 기술이 있기 때문인지, 이런 부분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태랑: 그렇죠, 휘둘릴 수 있죠. 하루에도 수십번, 수백번. '이런게 돈이 된대' 이런 이야기 참 많이 듣지만. 근데 결국은 본질인 것 같아요. 권도균 대표님이 항상 저한테 말씀하신게 이제 본질인데, 그러니까 내가 뭐하려고 이 일을 하느냐, 내 자신이 뭘 잘하느냐. 그러니까 창업가가 거기서 출발을 하니까, 그걸 매일매일 나침판처럼 되새기면서 가는 거죠. 그게 흔들리면 사업도 무너진대요.

저도 뭐 아직 상장까지 가본 적도 없고 하지만 멘토링을 해주시는 권도균 대표님께서는 경험이 많으시니까 그분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요. 씨드투자 받은지는 한참 됐지만 아직도 저랑 커뮤니케이션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영향을 많이 받아요. 또 스트롱벤처스의 배기홍 대표님 같은 분들.. 주주들이 중요한 것 같긴 해요. 좋은 주주를 만나면 좀 더 방향을 잡고 가기가 좋아요. 흔들림과 유혹, 그런 것들은 항상 있고 정말 많지만 결국은 본질을 가지고 닦아가야 성공한다는 말을 계속 그분들로부터 듣고 있고, 그래서 그러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당장 매출 더 나올 수 있는 기회도 있죠. 근데 그걸 놓칠까봐, 거기에 또 휘둘리면 결국은 그 사업체는 또 자금을 못 받을 거에요. 너네 회사가 뭐하는 회사냐 라고 물었을 때 딱 한줄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그 회사에 투자를 받고 자금이 들어오고 영속할 수 있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회사인데요' 이러면 좀 쉽지 않을 거에요. 그런걸 많이 느낍니다.

소영: 하루 일과나 특별히 이것만은 지키려고 한다는 루틴이나 그런 것들을 소개해주시고, 또 일 말고 혹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도 같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태랑: 저는 애들이 아직 어리고 하다보니까 새벽이 제일 좋아요. 조용하고 집중할 수 있어서. 그래서 좀 일찍 일어나려고 노력하고 보통 뭐 5시반, 6시 쯤에는 일어나요. 일어나서 눈 뜨면 회사에 바로 와요. 그래서 6시, 6시 반정도에 출근합니다.물론 늦잠 잘 때도 있죠. 그런데 어지간하면은 7시 전에 회사에 나와서 불을 켜고 일을 할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독교가 종교라서 기도도 하고, 이렇게 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애들이 아직 어리고 와이프도 3명을 혼자 케어하는 게 힘드니까 일찍 나오는 만큼 될 수 있으면 이제 일을 빨리 마무리 짓고 집에 가려고 하죠. 창업가는 24시간 일 생각만 하니까 몸만 집에 갈 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 애들하고 놀고, 아내와 이야기하고 그걸로 일할 힘을 새로 얻죠.

소영: 아이들, 가족들과의 시간을 확보하시기 위해서 노력하는 부분이 많으실 것 같은데.

태랑: 무지무지 노력해요. 무지무지, 엄청. 노력 엄청하죠.😅

소영: 팁이 좀 있으실까요? 그게 안되는 분들이 많고, 인생 선배님들께 조언을 구하고 싶은 부분이라고 하더라고요.

태랑: 근데 그것도 대표이사의 어떤 철학인 것 같아요. 가족이 없으면 일을 또 할 이유가 없어요. 저는 가족이 있으니까 일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일이야 언제든지 좋았다가 안 좋아질 수 있으니까. 근데 이제 대표다 보니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는 쉽지 않은데 둘 다 중요해요, 진짜. 둘다 중요하니까. 그러면 두 배로 더 노력하면 되는 거에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그 방법은, 불필요한 행동을 안해요. 이를 테면 친구도 안만나고요. 그다음에 취미도 없어요. 다른 부수적인 시간들은 아무것도 안쓰니까. 집-회사, 집-회사, 끝.

소영: 좀 단순하게, 일종의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식의 생활 습관을 가지고 계신 거네요.

태랑: 그냥 집과 회사밖에 없어요. 친구도 안만나고 운동도 그냥 점심 때 걷는 그정도. 집-회사, 그렇게 단순화해서 양쪽을 다 케어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어요.

저는 네트워킹 하는 것도 안좋아해요. 일하고 집. 왔다갔다 하는게 제 최선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하는 저녁식사나 그런 것도 되도록 피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두가지를 다 달성할 수 없어요. 가정을 포기할 수도, 회사를 포기할 수도 없죠. 그러면 이제 다른 곁가지들을 포기해야죠.

매년 성장하며 사랑받는 회사로

소영: 마지막으로 에너지 회수 기술을 통해서 많은 분들한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런 말씀을 해주셨는데, 최종적으로 그리는 회사의 비전 또는 내년도에 우리 회사는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태랑: 저는 우리 회사가 이런 에너지 회수 기술로 독보적인 회사가 되는 게 꿈이에요. 기술적으로, 비즈니스적으로도 선도하는 이런 부분을 계속 유지하면서 자리잡고 싶습니다.

두번째는, 우리 직원들이나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회사가 되고 싶은게 바람이에요. 그러니까 제가 항상 우리 팀이나 가족에게 이야기하는데, 구성원들의 가족들이 우리 회사를 더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저희 회사 급여도 높은 편이고, 근무도 좀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신에 업무의 성과를 내야 되니까, 우리 회사가 중장비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일을 하는 것처럼 개개인의 업무 효율성(work efficiency)도 높여서 일을 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어요.

내년도의 회사의 모습은.. 저희가 지금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올해 꽤나 많은 고객들이 저희 제품을 사용하고 계시고 효과가 나와서 영업적인 결과물들이 많이 누적되고 있거든요. 그걸 토대로 내년에는 좀 더 많이 성장한 회사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매출로는 우리가 해마다 거의 3~4배 성장하고 있는데 내년에도 비슷하게 성장하게끔 경영하는게 목표입니다.

소영: 네, 다른 인터뷰 보니까 해외 진출도 생각하고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태랑: 네, 내년에 저희가 일본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예정입니다. 일본에 지금 제품이 들어가 있는데 내년에는 좀 더 포커스해서 영업을 확대하려고 일본 지사를 세울 계획이 있어요. 일본 비즈니스에 좀 더 집중을 할 계획으로 일본 영업담당도 그래서 채용을 했습니다.

소영: 지역에서, 이렇게 기술로 창업을 한 사례가 저는 처음 접한 것이어서 설명을 꼭 듣고 싶었고, 부산 경남지역의 전통적인 제조업 외에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업, 이런 비즈니스도 있다고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인터뷰를 요청드렸는데 너무나도 바쁘신 와중에 흔쾌히 참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태랑: 부산 지역에 저희가 소문이 좀 안 나있는데 많이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마치며

인터뷰를 하면서 매일 자신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정태랑 대표님의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회사가 세상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데 전력을 다하듯, 대표님도 개인의 삶에서 같은 철학을 실천하고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첫인상부터 인터뷰의 끝까지, 담백하고도 꿋꿋하게 하루하루를 장인의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표님이 하시는 비즈니스와 그분의 태도가 참 닮아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 길이 맞을까?'를 고민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본질을 찾다 보면 결국 답을 얻을 수 있다는 용기도 얻었고요.

대표님의 창업 스토리를 들으며 깨달은 건, 지금 손에 멋진 설계도가 없거나 거창한 목표가 없더라도 좌절하거나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니까요.

여러분도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나만이 할 수 있는 소명이 느껴지는 일을 찾아보세요. 이키가이(Ikigai)를 나침반 삼아, 매일 나만의 방향을 정하고 적극적으로 항해를 시작해보세요.

머릿속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첫걸음을 내디뎌 보세요. 그 작은 실천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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